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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정론과 악의 문제에 대한 고찰
    교단·단체 2022. 11. 17. 14:53
    제43차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 주요인사 단체사진. ©주최측 제공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박찬호 교수)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소재 신반포교회(담임 홍문수 목사)에서 ‘신정론과 악의 문제: 과거와 현재의 이슈’라는 주제로 제43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먼저, ‘신정론에 대한 십자가신학적 성찰: 신정론과 악의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명예교수)는 “신정론(神正論, Theodizee, théodicée, theodicy)은 역사와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정의롭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신정론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과 고통의 문제와 관련하여 항상 논의되어 왔다”며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악은 어디서 오는가? 하나님이 정의로우시면 왜 악이 허용되었으며 이 세상이 악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으며, 아우슈비치에서 유대인 6백 만이 학살되었는데, 이 세상에서 악이 번영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사회학자 호르크하이머(M. Horkheimer)는 하나님에 대해 묻는 것은 살해자가 궁극적으로 그의 희생자를 딛고 승리하지 않도록 정의를 위해 외치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나님에 대한 물음은 정의를 위한 갈망 안에서 존속한다. 하나님 질문은 신정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하나님은 정의롭다는 인식이 전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하나님 존재에 대한 물음은 세상 불의 경험과 깊이 결합되어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불의 경험 속에서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고,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의미를 묻는다”며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불의와 고난을 허용하는가?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불의를 고통스러운 의식(意識)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부조리를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한다. 인간은 그의 불의에 대한 고통 체험 속에서 하나님의 고통에 참여하는가? 이 질문은 세상의 불의 앞에서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물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초기 기독교에서 신플라톤주의 영향을 받은 존재론적 관점은 악(evil)은 상징이나 무가 아니라 비존재(존재의 변질)이며, 비존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며 “악은 선에 가능태로 존재하는 비존재(결함, defect)이다. 이런 어거스틴-토마스-질송의 존재론적 관점은 악이 지닌 윤리적 차원을 간과하는 난관에 직면한다”고 했다.

     

    이어 “어거스틴 루터, 칼빈적인 종교개혁 전통의 자유의지론적 관점은 악의 윤리적인 차원을 명백히 지적하였다”며 “인간은 자유의지로 선(good, 하나님의 계명과 질서)을 추구하도록 창조의 청지기로 지음을 받았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지키지 못했다. 인간의 악(도덕적 악)에 대한 징벌로서 자연의 악(자연적 악)이 지상에 들어왔다. 종교개혁적 입장은 악은 선을 고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심미적인 견해를 십자가 신학의 입장에서 수용한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기 위해서 죄가 더해지고, 악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울이 말한 초풍성의 법칙(law of superabundance)을 은총신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며 “어거스틴, 토마스, 종교개혁, 청교도 전통, 바르트, 브룬너, 본훼퍼, 틸리케 등은 신정론에 대한 십자가 신학적 접근을 제시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절규는 하나님의 공감을 증언하는 것이며 악에 대해 심판하시고 인간에 위로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악의 문제와 신정론에 대한 논의는 존재론이나 자유의지론이나 미학적 입장 어느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열린유신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고 자신의 전지전능예지를 제한한 현대판 신정론으로 성경의 하나님을 사용자 편의 하나님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십자가 신학적 성찰이 신정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온전한 대답은 인간에게 있지않다. 하나님의 주권적 신비 속에 있다”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악의 문제와 한계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창균 박사(서경대 명예교수)는 “하나님의 속성에 근거해서 악의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철학보다 신학의 문제여야 한다”며 “오히려 철학은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이어 “신정론이 적극적으로 악의 문제를 해명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회의적 유신론이 인간 인식의 한계를 문제 삼았다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고, 이런 접근은 ‘인식활동에 있어서 비판적 실재론, 인식론적 겸허를 갖는 것을 요구하는 기독교 세계관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악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은 일종의 논리 게임으로 계속될 것이다. 상대방의 전제를 문제 삼으면서 아무리 건전하고 설득력이 있는 논변을 제시하더라도 피차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상대의 결론에 동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믿음의 문제 또는 세계관의 문제로 귀착되기에 보조가설의 수정으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설령 악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바로 악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살아내는 문제이다. 곧 악으로 인한 실존적인 문제”라며 “악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이론이 있어 이에 지적으로 동의하더라도 삶의 현실은 여전히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이것은 더더욱 철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신학·신앙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가장 기초적인 덕목도 겸손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님의 경륜에 대해 측량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믿음의 필요조건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 박사는 “사실 우리는 개념을 통해 사유하는데 ‘개념’의 어원이 그렇듯이 쥐거나 붙잡는 행위”라며 “하나님을 우리의 개념 속에 붙잡아 한정시켜 파악하려는 것은 하나님을 제대로 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육신의 몸을 입고 오신 것은 구속에 대한 인간의 합리적 추론의 결과가 결코 아니”라며 “그분은 우리에게 먼저 친히 찾아오셔서 자신을 보여주시고 약속하시는 분이시다. 인간은 다만 그 말씀에 감사와 찬양으로 반응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성경 속)수로보니게 여인이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막 7:28)라는 고백에서 한계의식의 절정을 본다”며 “다소 냉정하게 보이는 주님의 말씀에 대해 여인은 인간의 본원적 한계의식을 유감없이 표출했고 태초부터 원하셨던 그 겸손을 주님께서는 보시고 내심 기뻐하셨을 것이라 추측한다. 악의 문제는 신앙에 걸림돌로 보이는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음을 고백하기를 다짐하는 실천적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이후 순서에선 △박홍기 박사(오이코스대학교)가 ‘칼 바르트의 신정론 비판: 계시론적 신정론 정립의 주요계기’ △황돈형 교수(서울중앙신학교)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무: 칼 바르트의 해석을 중심으로’ △이경재 교수(백석대)가 ‘어거스틴의 결여개념과 악의 원인’ △조영호 교수(안양대)가 ‘아우슈비츠 이후, 고통에 대한 신학적 이해: 몰트만, 메츠 그리고 쥘레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의 발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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