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4명 중 3명 이중직 추정… 막을 수 없는 단계”

이상복 목사가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 영상 캡처

예장합동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사장 이상복 목사)·총신대학교·기독신문사가 20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소재 대전중앙교회(고석찬 목사)에서 2022년 목회자이중직 신학전문위원회 1차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먼저, 개회예배에서 이상복 목사는 사도행전 18장 1~3절 말씀을 주제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단순하게 이중직이 목회자의 생활비를 필요로 하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차원의 목회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기도하며 바라는 것은 교회의 공공성으로, 교단 안에 있는 모든 교회가 주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연약한 교회를 돕고, 함께 세워가는 것이 교회의 공교회성”이라고 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교회가 세상 앞에서 어떻게 살아 가느냐도 중요하다. 도움을 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가고, 더 나아가 하나님이 맡기신 자연 세계까지 가장 아름답게 회복해 가는 사역이야말로 공교회성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중세의 수도원에서 강조했던 노동의 신성을 다시 배워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의 사역이 확장되어야 한다”며 “교회 안이 아닌 교회 밖으로 확장되어 바울이 한 것처럼 목회자가 세상 가운데 함께 일하면서 그들에게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바로 세상을 이끌어 가는가를 보여주고, 하나님이 맡기신 피조세계를 가장 아름답게 관리하고, 경작하며, 새롭게 하는 창조의 회복까지 나아가는 것이 이중직·다중직 목회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이후 기조발제에서 김진양 부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이중직 실태 조사 보고’, 양현표 교수(총신대 실천신학)가 ‘실천신학 관점에서 두 직업(소명) 목사의 정착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김진양 부대표는 예장합동총회교회자립위원회, 예장통합총회, 횃불회,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021년 6월 10일에서 17일까지 전국 출석교인 50명 이하 교회 담임목사 대상 400명, 지난 2021년 6월 10일에서 7월 1일까지 전국 출석교인 50명 이하 교회 이중직 목회자 대상 220명을 합산한 총 6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로 조사한 목회자 이중직 실태 조사의 결과를 보고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자료

김 부대표는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중직 수행 비율은 31.7%인데, 잠재적으로는 71.7%, 즉 4명 가운데 3명까지 이중직 목회자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며 “현재 이중직은 막을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중직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선택하지만, 단순 생계유지가 아니라 목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선택한다고 할 수 있다”며 “이중직 수행을 결정할 때 주위 시선에 대한 심적 부담을 심하게 느끼는데, 이것은 이중직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이 이중직 수행 만족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자료

그러면서 “이중직을 선택할 때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이중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그리고 이중직을 수행할 때 애로사항은 목사직에 대한 정체성 문제와 겸직에 따른 목회 불성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목사직 정체성 문제는 신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목회 불성실 문제는 목회 사역 구조 변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자료

그는 “이중직 수행 목회자들은 목회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도 하지만(목회 포기 걱정 경험 55.9%) 소명으로 받아 들여서 목회를 계속하고자 한다(90.9%)”며 “목회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변화는 별로 없었으며, 담임목사의 이중직 수행에 대해 성도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이중직 수행 목회자들 대부분은 총회가 이중직 목회를 지원해주기 원하고 있는데, 목회와 병행 가능한 이중직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과 이중직 수행에 대한 교단법적, 신학적 정당화를 요청하고 있다”며 “예장 합동과 통합을 비교하면 합동 목회자들이 이중직에 대해 수동적, 소극적 입장이며, 이로 인해서 심적 부담을 더 많이 안고 있다”고 했다.

 

양현표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 영상 캡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양현표 교수는 “목사 역시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존재이기에 자신과 가족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이 요구된다. 목사와 그 가정이 생존해야만 한다는 현실은 더는 소명과 사명이라는 이름 아래 무시될 수 없는 심각한 이슈가 되었다”며 “즉, 목사가 자신의 소명과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들의 현실적인 생존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소명 따라 목양에만 전념하면 하나님께서 생존은 책임져 주신다는 확신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확신만으로 목회를 감당했던 시절과 지금의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부르시는 소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부르심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목회는 시대와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며 “즉, 진리는 바뀔 수 없지만 그 진리를 담아 나르는 그릇은 현장에 따라 달라져 왔고 달라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목사의 생존 해결 방안에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목사의 생존과 관련하여 한국의 목회 생태계가 달라졌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소명과 사명만을 쫓는다고 하여 목사의 생계가 해결되는 생태계가 아님이 분명하다”며 “실제로 많은 목사가 재정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큰 상처와 절망을 안고 목회현장에서 물러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들의 소명 상실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가정이 해체되기까지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단은 이제 단지 목사를 배출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이 어떻게 목회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교단에 속한 1만 2천여 개의 교회 중에 적어도 절반이 미래자립교회이며, 따라서 그러한 교회들의 목사들은 날마다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교단은 그들을 위한 생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생존을 목사 개인의 차원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며, 미래자립교회 목사들의 생존을 위한 대안을 신학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소명을 받아 목회 사역을 감당하는 목사들이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고정되고 획일적인 ‘목회 형태’(Ministerial Form)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하나님께서는 목사들을 각기 다른 상황의 목회현장으로 부르셔서, 각기 다른 형태의 목회를 감당하게 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목사 개인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목사가 처한 실존적 정황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목회 형태를 허용하신다. 따라서 목사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목회 형태를 찾아 자신만의 목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박재은 교수(총신대 조직신학)가 ‘조직신학 관점에서 목회자 이중직 논의에 대한 접근 방향성 고찰’, △김대웅 교수(총신대 구약학)가 ‘구약신학 관점에서 구약의 신학으로 접근한 목회자의 사회적 직업’, △김요섭 교수(총신대 역사신학)가 ‘역사신학 관점에서 목회자 이중직의 가능성과 조건’,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가 ‘사회적 목회 관점에서 목사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가 이어졌다.

결정을 내리기에 최악인 3가지 타이밍